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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영화인  ‘더 파벨만스(The Fabelmans)’을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영화계에 첫 직장을 얻기까지의 내용인데 어머니의 불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우리 부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숨기고 싶은 아픈 가족사를 온 세상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16살 때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최신 영화 필름 편집기를 사와 아들에게 부탁한다.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슬픔에 잠겨있으니 새 편집기로 캠핑 녹화의  편집을 빨리 끝내라는 것이었다. 가족 캠핑 영상이 어머니를 위로하고 슬픔을 잊게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촬영 스케줄을 미루고 가족 캠핑 필름을 편집하다가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배경 중에 먼발치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친구인 베니와 밀회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다른 필름도 모두 살펴보니 밀회의 장면들이 더  나왔다. 어머니는 아이들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다면서 아버지에게 베니를 부하직원으로 채용해 애리조나로 함께 이사까지 했다. 오랜 세월 삼촌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어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을 안 사춘기 소년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엄청난 일이기에 밀회 장면은 모두 빼고 편집을 했고 온 가족은 영상을 보며 기뻐한다.     다음 해인 1963년 스필버그는 제작비  500달러(현재 화폐 가치로는 약 5000달러 상당)를 투자해  직접 각본까지 써서 불꽃(Firelight)이라는 영화를 만든다. 동네 영화관에서 입장료 1달러를 받고 직접 영사기를 돌리며 501달러의 수입을 얻는다.     모두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어머니가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포옹을 하려 하자 이를 피한다.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어머니가 그 이유를 따진다. 아들은 말없이 두 사람의 불륜의 장면만 모아 놓았던 비공개 필름을 어머니 혼자서 보게 한다. 영상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대성통곡을 한다. 어머니는 오래된 은밀한 비밀이 들통났을 때의 당혹감과 수치심, 아들과 남편에게 죄스런 마음에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한다. 말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알기 전에 베니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암시였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비극의 불씨를 촬영하게 된  자신을 자책하고 더는 영화촬영에 대한 꿈을 접으며 아끼는 촬영기까지 판다.  여기서 그가 영화인의 꿈을 영영 포기했다면 우리는 ‘조스’, ‘E.T’,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디애나 존스’, ‘주라기 공원’등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어머니가 아들이 자기 때문에  촬영기를 판 것을 알고 더 좋은 촬영기를 구입해 베니를 통해 억지로 안기며 영화 촬영을 계속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새 직장을 구해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하게 된 것을 알린다. 새 직장인  IBM에서 베니가 할 일은 없어 함께 이사를 못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은 아버지와는 반대로 어머니는 불만스런 표정을 보인다.  큰 집으로 이사하니 딸들은 자기방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마음이 허탈하다면서 애완견 원숭이를 사 왔다. 그리고는 이름이 베니라고 소개를 한다. 모두들 원숭이와 베니라는 이름에 반대하니 원숭이를 구입한 곳으로 돌려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남편이 친절하고 스마트하고 인내심도 많고 자기를 사랑하지만 자기에게는 베니가 필요하다면서 이혼을 요구한다. 세 딸은 어머니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는 결혼해서 20년을 살았지만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고 탄식을 한다.     이혼한 아버지는 큰 집을 팔고 스필버그와 함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영화와 관련된 직장을 2년 만에 찾는다. 첫 직장에서 존 포드라는 감독을 만나 일생 남을 조언을 듣게 된다. 포그 감독은 영화 촬영을 예술적으로 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평선을 위와 아래에 오도록 하며 그 중간에 얘깃거리를 넣으라고 조언을 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작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하며 이 영화에는 본인의 75년 삶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 레아는 자기가 돌풍을 따라가도록 수없이 허락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인내심과 친절함을 갖춘 컴퓨터 디자인의 천재였다”고 부모님들에 대해 회상했다.     이 영화를 2004년부터 준비해 왔으나 부모님들이 모욕감을 느낄까 우려해 두 분 모두 숨진 2020년 이후 비로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로  자신 속에 있던 아픔이 치유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60년 된 어머니의 불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가슴에만 쌓아두었다가 털어내니 치유가 된 모양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친구이자 부하 직원에게 아내와 가족의 행복을  빼앗긴 그의 아버지가 불쌍했고 아버지의 인내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파렴치한 행동에 분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였고 자기를 후원해준 고마운 분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계기로 여동생 애니, 수지. 낸시도 자기에게 더 가깝게 다가왔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때로는 탈선까지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그들이 이 영화를 통해 본인에게만 가족의 아픈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남편임에도 사랑을 찾아 떠나간 여자와 반대로, 나와 40여년을 함께 사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다.   윤덕환 / 수필가수필 스필버그 감독 스필버그 감독 영화 촬영 스티븐 스필버그

2023-04-27

거장의 탄생, 스필버그의 자전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다. 50년 이상 영화를 만들어 온 그가 전적으로 영화 한 편을 자전적 이야기로 꾸며 발표한 적은 ‘더 파벨만스’가 처음이다. 제95회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골든글로브상 작품상(드라마)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파벨만’이라는 가상의 유대인 가정에 자신의 삶을 투영, 가정 내의 갈등과 위기 속에서도 온 가족이 견디어 내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더 파벨만스’의 주제는 영화에 대한 사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소재에 불과하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항상 네 곁에 있을게”라고 말하면서 지구를 떠난 E.T.와 같은 존재이다. 스필버그는 영화를 늘 우리 곁에서 인간애를 공급해주는 특별한 현상으로 본다. 스필버그 스스로도 이 영화를 자신의 기념비적인 영화 ‘E.T.’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1952년 뉴저지.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영화 ‘지상 최대의 쇼’를 관람한 후, 영화에 매료된다. 기차 충돌 장면을 재연하려고 애쓰는 아들을 본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 여우주연상 후보)는 아들의 상상력을 북돋워 준다. 새미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불량배들과 싸우고 사랑에 빠지며 더욱 영화에 심취한다. 어머니와 아버지 버트(폴 다노)의 절친 베니(세쓰 로겐)와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갈등하지만 미치의 삼촌 보리스(저드 허쉬, 남주조연상 후보)와 교류하면서 영화가 인간의 삶에 주는 영향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새미는 대학 졸업 후, CBS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의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 포드 감독과 만나 거장의 꿈을 키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간관계에 섬세한 질감을 부여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에서도 영화를 통한 뿌듯한 인간애를 이끌어낸다. 보리스 역의 87세의 노배우 허쉬의 연기가 특별히 인상적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스필버그 거장 탄생 스필버그 자전 영화 스필버그 감독

2023-02-17

[J네트워크] 웨스트 사이드 재개발 스토리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는 귀에 익은 노래가 이어진다. 막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가 함께 부르는 ‘투나잇’,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며 노래하는 ‘마리아’, 유쾌한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아메리카’ 등 70여년 전 레너드 번스타인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이다. 당시 작사가는 스티븐 손드하임. 지난해 별세한 이 거장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다니, 이 뮤지컬의 오랜 역사가 짐작된다.     1957년 초연에 이어 61년 나온 영화도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백인인 나탈리 우드가 주연을 맡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민자 마리아를 연기했다.   스필버그의 리메이크는 이후 70년 만이다. 젊은 감독이라면 시대를 21세기로 바꾸고 음악도 요즘 스타일을 가미했을지 몰라도, 스필버그는 인물 설정과 대사 등은 일부 바꿨으되 음악은 물론 시대도 원작대로 50년대 뉴욕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아니, 61년 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더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아메리카’의 군무만 해도 과거처럼 세트가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이를 비롯한 거리 장면은 대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없이 실제 거리에서, 주로 뉴욕에서 촬영했다.     그 비결을 스필버그는 이렇게 전한다. “사실 여전히 일부 자치구에 70년 전의 도시가 남아 있어요. 1950년대 뉴욕은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할렘에 생생하게 살아 있죠. 건물들이 바뀌지 않은 곳에서만 촬영했어요.” (인터뷰집 ‘스필버그의 말’중에서) 싹 다 밀어버리는 식의 재개발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찍어야 했을 터다.   하지만 뉴욕에서도, 다름 아닌 1950년대 웨스트 사이드 지역에서 그런 식의 도시 개발이 벌어진 역사가 있다. 이번 영화는 첫 장면부터 건물들이 철거 중인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반쯤 파괴된 건물 밖으로 비어져 나온 욕조 등은 이곳이 사람 살던 집이란 걸 알려준다. 빈민가를 밀어버린 자리에 링컨센터가 들어설 것이란 안내판도 등장한다.     61년작 영화에는 없던 장면들이다. 시나리오를 새로 쓴 작가 토니 쿠슈너는 이 지역의 실제 역사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덕분에 극 중 샤크파와 제트파의 대결에도 사회적 함의가 더해진다. 이 혈기왕성하고 서로 인종이 다른 청소년 집단의 대결에는 터전을 잃는 불안이 어른거린다.   도시의 개발이 그렇듯, 영화의 리메이크도 정답은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더 과감한 리메이크가 더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스필버그는 고전적 리메이크의 미덕을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에는 ‘For Dad’(아빠를 위해)라는 자막이 나온다. 스필버그의 아버지는 이 영화가 완성되기 전인 2020년 103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가장 좋아한 뮤지컬 영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고 한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웨스트 사이드 웨스트 사이드 뮤지컬 영화 스필버그 감독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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